
"저희 팀 캐치프레이즈가 '거침없이 가자'잖아요. 감독님도 공격적인 야구를 선호하시고요. 그것처럼 저도 타격이든 수비든 항상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게 제 장점인 것 같아요."
NC의 톱타자 경쟁에 새로운 후보가 나타났다. 개막전부터 선발 2루수 겸 1번타자를 맡아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이상호(24)가 주인공이다. 이상호는 16일 현재 4경기에 출전해 17타수 7안타 타율 .412에 2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펄펄 날고 있다. 특히 롯데와의 홈 개막 3연전에서는 12타수 6안타 2도루 3타점에 타율 5할로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이상호의 활약에 힘입어 NC는 예상을 깨고 '경남라이벌' 롯데와의 3연전을 전부 쓸어담는 쾌거를 이뤘다.
롯데는 이상호에게는 친정이나 다름없는 팀이다. 상원고와 영동대를 거쳐 2010년 신고선수로 처음 프로 유니폼을 입은 팀이 롯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정리되는 설움을 맛봤고, 이후 SK를 거쳐 지난해 10월 입단 테스트를 거쳐 NC 다이노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아무래도 롯데가 제가 속했던 팀이다 보니 더 집중하게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동기보다는 팀의 승리가 우선이었다. "우리 팀과 롯데와의 관계가 있잖아요.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끼리 '꼭 이기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사실 애리조나 전지훈련 때까지만 해도 NC의 주전 라인업에서 이상호의 이름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주전 2루수 자리에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된 박민우(20)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박민우는 입단하자마자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하며 NC의 차세대 스타로 주목을 받았다. 때문에 치열한 팀내 경쟁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한 발 비켜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박민우가 연습경기에서 가벼운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캠프에서 내내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 이상호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4월 11일 강진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개막경기 넥센전, NC의 배팅 오더 맨 위에는 이상호의 이름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첫날 성적은 5타수 1안타로 평범했지만, 이틀 뒤 홈에서 열린 14일 롯데전에서 5타수 2안타에 도루 2개를 성공하며 경기장을 찾은 만 여명의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그리고 한 점차 역전승을 거둔 15일에는 결승타 포함 3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으로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애리조나 캠프에서는 타격이 좀 저조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국내에 돌아온 다음부터 서서히 페이스가 좋아지기 시작하더군요. 타격 밸런스가 좋아지니까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많이 얻었구요."
기대를 뛰어넘은 이상호의 활약에 김경문 감독도 신뢰를 보내고 있다. 16일 롯데와의 경기 5회말 공격이 대표적인 예다. 0-0으로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5회, 선두 노진혁이 기습번트 안타로 출루하면서 찬스를 잡았다. 롯데 투수가 이재곤임을 감안하면 1점을 내는 공격을 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이상호 타석에서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요즘 타격감이 워낙 좋아서 좋은 흐름을 이어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게 김 감독의 얘기다. 감독의 믿음에 이상호는 투수 옆을 꿰둟는 중전 안타를 쳐내며 보답했다. 강공은 무사 1, 2루의 더 큰 찬스로 이어졌고, NC는 5회말에만 7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공격적이고 화끈한 야구, 앞으로 NC가 추구하는 야구의 색깔을 보여준 장면이다.
이상호는 NC에 온 뒤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지금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루하루를 즐기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연습할 때도 억지로가 아니라 즐겁게 하려고 하구요. 항상 마음에 새겨둡니다. 그러다 보니 타격과 수비 모두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연승을 달리고 있는 선수단 분위기도 최상이라고 한다.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퓨처스 게임이라고 해서 해이하거나 대충대충 하는 선수도 없습니다. 다들 목표가 내년 1군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경험을 쌓는다 생각하면서 차곡차곡 준비해 나가고 있죠. 롯데전에서 지고 있을 때도 다들 '아직 공격 남아있으니까 끝까지 해보자'면서 서로를 격려한게 역전승으로 이어졌어요."
이상호가 생각하는 자신의 최대 장점은 빠른 발을 이용한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다. 타석에서 1루까지 뛰는데 걸리는 시간은 4초 남짓. 우타자임을 감안하면 굉장한 스피드다. "김경문 감독님께서 항상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강조하세요. 죽더라도 공격적으로 가자!는 생각으로, 한 베이스라도 더 가는 주루플레이를 하려고 해요." 특히 이상호는 2루와 유격수를 모두 볼 수 있어서 팀으로서는 활용 가치가 높은 선수다. "2루보다는 유격수 쪽이 더 자신있지만, 팀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2루도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박민우가 다시 라인업에 복귀하더라도, 이상호에게는 계속해서 많은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쟁자인 박민우가 곧 돌아올 텐데 신경쓰이지 않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 그보다는 지금이 저에게 주어진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잡기 위해 열심히 하려구요. 저도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훈련해 왔는데, 자리를 빼앗길 수 없잖아요.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인 한 마디. "저로서는, 운동장에 나가서 뛰고 있는 지금이 즐겁습니다." 그 즐거운 질주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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