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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로 이어진 인연, NC에서 다시 만났다 배지헌의 러버게임
2012.12.17 3576



야구의 인연은 끝없이 돌고 돈다. 마치 홈에서 출발해 1, 2, 3루를 거쳐서 다시 홈으로 돌아오는 야구의 원리와도 닮았다. 어제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되고, 오늘의 라이벌이 먼 미래에는 한 팀이 되어 운명을 함께 한다. 스승과 제자가 감독 대 감독으로 만나고, 아버지와 아들이 한 팀에서 코치와 선수로 재회하기도 한다. 악연이든 아름다운 인연이든, 유니폼을 입고 야구의 우주에서 살아가는 이상 언젠가는 다시 마주치는 날이 온다. 그래서일까. 야구인들은 다른 야구인에 대해 말할 때 매우 신중하게 이야기한다. 허물은 가급적 감싸주고 좋은 점은 부각시킨다. 부정적인 언급을 할 때조차 과도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삼간다. 야구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이끌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신인투수 이성민도 NC에서 인연을 다시 만났다. 영남대 시절 스승인 김상엽 투수코치와 NC 유니폼을 입고 재회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09년, 이성민의 대학 입학 첫 해였다. 김상엽 코치는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했다. 이성민의 특이한 투구폼을 두고 ‘교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김 코치는 ‘지금 폼으로 잘 던지고 있는데 바꿀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성민의 단점을 고치기보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주는데 주력했다. 명투수 출신의 권영호 감독(현 롯데 수석코치)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 결과 이성민은 무럭무럭 성장해 대학 최고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고, 2013 드래프트에서 우선지명 선수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김상엽 코치는 “선수는 코치의 작품이 아니다”라는 지론을 가졌다. “코치들이 할 일은 선수에게 자신감 심어주고, 대화 나누고, 성실하게 운동하도록 유도하고, 밸런스 잡아주고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시속 140km 던지던 선수가 자연스럽게 150을 던지게 되는 거죠. 저도 선수 때 그랬으니까요.” 대학 1학년 때 이성민의 구속은 130km/h 후반에 불과했다. 지금 이성민은 최고구속 147km/h를 씩씩하게 뿌린다. 투구폼은 1학년 때나 지금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 


이성민은 “김상엽 코치님 덕에 내 투구폼에 자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프로에서 다시 만난 소감은 어떨까. “정말 잘 된 일이죠. 저에 대해 잘 아시는 만큼,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은 질문에 김상엽 코치는 활짝 웃으며 “웬수같은 녀석을 여기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네”고 했다. 억센 경상도 억양에서 선수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났다. 


이성민-김상엽 외에도 NC에는 다시 만난 사제(師弟) 지간이 여럿이다. 이성민과 함께 우선지명된 윤형배는 북일고 신입생 시절 함께한 지연규 코치와 한 팀에서 뛰게 됐다. 지 코치는 지난해 NC 스카우트로 자리를 옮겨 윤형배를 안과 밖에서 두루 지켜봤다. NC에서는 2군 투수코치를 맡아 자주 마주칠 일은 없지만, 대신 윤형배의 장단점과 성격 등의 정보를 다른 코칭스태프에게 나눠줄 수 있다. 지도자와 환경이 바뀌는데 따르는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NC 특유의 코치 순환보직제가 지닌 장점이기도 하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 맺은 선수들과의 인연을 NC에서 이어간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는 이재학을, 올해 특별지명에서는 고창성을 각각 선택했다. 둘 다 김경문 감독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선수들이다. 이재학은 부상으로 2011년 한해를 통째로 날렸다. 하지만 올해 김경문 감독의 믿음 속에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했다. 15승 2패 평균자책점 1.55로 퓨처스 남부리그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 내년 시즌 가장 유력한 NC의 선발 후보로 거론된다. 김 감독은 부상 이전에 선수가 보여준 가능성과 성실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재학은 “감독님이 믿어주신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고 했다.


고창성은 2010년까지 두산에서 불펜 필승 카드로 활약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은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김경문 감독은 “몸도 안 좋았을 테고, 1군에서 계속 던지면서 동기부여가 줄어든 것도 부진의 원인일 것”이라 했다. 이제 스승과 제자는 신생팀 유니폼을 입고 다시 만나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한다. 고창성은 김 감독과 다시 만난 소감을 “기분 좋습니다”라는 대답으로 정리했다. 김경문 감독은 불펜에서 고창성의 활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고창성은 내년 NC 불펜의 필승조가 유력하다.


야구의 끈으로 이어진 인연은 사제지간 뿐만이 아니다. 죽마고우도 있다. NC의 안방마님 김태우는 입단 동기 신재영과 단국대에서 배터리를 이뤘다. 서로 눈빛만 봐도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올해 우선지명 이성민과 7라운드 지명된 동의대 이상민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다. 경북고에서는 2008년 팀의 주축 선수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맹활약을 펼쳤다. 올해 대통령기 대학야구대회에서는 선발투수로 맞대결도 벌였다. 결과는 9이닝 2실점한 이성민의 승리. 이성민은 “상민이와 친구 사이라 더 질 수 없다는 마음이 강했다. 자존심을 건 경기였다”고 했다.


그러나 팀 성적에서는 이상민이 웃었다. 이상민의 소속팀 동의대는 지난 2년 동안 3차례나 대학야구 정상에 올랐다. 2011년 춘계리그 때는 이상민이 혼자 4승을 올리며 최우수선수도 수상했다. 반면 이성민의 영남대는 대학생활 내내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4강 이상 올라가본 경험도 올해 대학선수권이 마지막. 그나마도 결승에서 동의대에 패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친구이자 라이벌인 둘이 이제는 같은 팀의 우승을 위해 뛰는 동료가 됐다. 성민과 상민, ‘민 브라더스’의 재결합은 경북고 시절 이후 4년만이다.


그런가 하면 ‘NC 킬러’에서 NC 선수가 되는 인연도 있다. 넥센에서 건너온 임창민과 이태양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NC 킬러였다. 임창민은 올해 NC 상대로 6번 등판했다. 첫 등판서는 5이닝 6실점(2자책)으로 부진했지만, 2번째 등판에서 9이닝 3실점 완투승으로 설욕했다. 9월에도 7일 경기 6이닝 2실점, 14일 경기 7이닝 9K 무실점으로 킬러 본색을 드러냈다.


NC만 만나면 호랭이 기운이 솟아났던 이태양도 마찬가지. 올해 NC전에 등판한 경기만 총 9차례. 5월 19일 NC와의 경기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이후, 6.2이닝 무실점 승리, 7.1이닝 1실점 승리를 따내는 등 유독 NC를 상대로 위력적인 투구를 보였다. 하지만 이제 임창민과 이태양은 NC 유니폼을 입고 있다. 야구의 끈으로 이어진 인연은 그렇게 빙글빙글 돌고 돌다 운명의 자리를 찾아간다.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르는 게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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