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회말 2사 무루, 타자 최정, 투수 윤석민, 포수 차일목
투수에게 절대적인 구질이 있을 때는 특별하게 포수의 리드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굳이 복잡하게 볼배합을 가져갈 필요도 없다. 강한 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하다.
차일목은 최정 타석 때 윤석민이게 슬라이더를 계속해서 요구했다. 슬라이더 4개만 던졌고 결국 최정을 2루 땅볼로 잡아냈다. 슬라이더의 승리였다.
윤석민이 이날 처음 던진 슬라이더였다. 차일목은 그 슬라이더 4개로 ‘슬라이더가 된다’는 확신을 가졌다. 볼 자체가 너무 좋았다. 시즌 때 차일목의 정상적인 볼배합이라면 몸쪽 높은 공, 슬라이더 2개를 축으로 하는 ‘인사이드 대각’을 키로 삼는다. 앞선 두 타석까지 그런 느낌이었는데 슬라이더 4개 이후로 차일목이 바뀌었다. 슬라이더가 워낙 좋았다.
야구가 흐름 게임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 경기 초반 KIA가 여러 차례 기회를 날렸기 때문에 SK에게도 기회가 왔어야 했다. 하지만 윤석민 슬라이더의 힘이 반격 기회를 눌러 버렸다.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결국 준플레이오프 전체적인 키가 된다. 뒤를 이은 KIA 투수들, 로페즈 서재응 모두 슬라이더가 키가 되는 투수다. 차일목은 이후 경기에서 슬라이더를 키로 삼아 안쪽공(인코너)을 쓰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차일목은 이날 윤석민이게 슬라이더 70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차일목은 “슬라이더가 워낙 좋았다. SK 타자들이 노리고 있는데도 치지 못했다.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게 한 것은 윤석민의 투구 수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굳이 보여주는 공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윤석민은 이날 109개의 공으로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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