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모 그룹의 신임 총수가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 기업의 규모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기업 총수들 사이에 금방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규모 있는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동아시아의 작은 국가, 그 기업을 인정하고 친해져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겠죠. 본의 아닌 ‘따’를 당하게 되었던 기업 총수의 측근이 묘안을 냈답니다.
“우리회사는 프로야구단을 가진 회사다”라는 이야기를 회장에 퍼뜨리기 시작했고, 이 하나의 사실에, 굴지의 기업 총수들의 시각이 달라지며, 하나 둘씩 국내 기업의 총수와 친분을 쌓기 위한 접근을 시도했다는……
일화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수년 전 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대외적인 의미로서의 프로야구단이 있는 회사. ‘야구단을 가진 회사’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은 미디어에서 말하듯 재무적 건전성, 견실한 기업……등등의 정량적인 가치척도에서의 기쁨이라기 보다 ‘꿈에 한걸음 다가서는 뿌듯함'이 아닌가 합니다.
‘창단을 하자’라는 본사 대표이사(구단주)의 의지표명 이후로 이 꿈 같은 작업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 돌아보면 다시 한번 뭉클해지는 행운이었지 싶습니다.
하지만, 이상보다 현실의 벽은 높다고 했던가요…… 정말 무에서 시작해야 하는 도전이었습니다.
우선은 공부! 선배들에 해당하는 8개의 프로구단과 미국, 일본의 프로야구를 배우는 것으로 긴 창단 작업은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국어로 된 방대한 자료를 밤새워 읽어가며, 부족하면 직접 외국 구단에 찾아가서 꼬치 꼬치 캐물어 가며…… (후일담입니다만 외국의 모 구단에서는 저희들의 폭탄 질문 공세에 진땀을 빼서 다음 번엔 질문을 좀 삼가 달라는 요청을 해오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지 모르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나마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처음’이라는 업무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환경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경영진의 의지, 직원들의 노력, 그리고 많은 분들의 도움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의 관심이야 말로 제 9구단 창단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라고, NC 다이노스의 발족에 미약한 힘이나마 보탰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제까지의 길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욱 힘들고 고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모두의 노력과 함께 여러분들의 성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염치없지만 대한민국 프로야구 아홉 번째 심장 NC 다이노스에 더욱 뜨거운 관심을 보내주시기를 부탁 드려봅니다.
게임업계에서 일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연로하신 아버지는 제가 다니는 회사의 이름도 곧잘 잊으시곤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 9구단 창단이 확실시 된 지금, 이제 아버지는 ‘프로야구단이 있는 회사, 엔씨소프트에 다니는 아들’이 있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당신 아들이 창단에 조그마한 기여를 했는지 아닌지는 그다지 관심이 없으시지만, 아버지의 프라이드에 한 몫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제까지 해왔던 업무들의 무게가 기쁨으로 고스란히 바뀌는 느낌입니다.
- 이현수 차장 (엔씨소프트 스포츠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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