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룡의 꿈을 향한 NC 다이노스의 발자취와 팬 여러분의 이야기가 함께하는 공간입니다.

열일곱, 그라운드의 지휘관을 꿈꾸다 – 2차 5R 이재용
2016-12-16 19696


2017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지명 이재용은 1999년 2월생이다. 소위 ‘빠른 년생’으로, 동갑내기들보다 입학이 한 해 빨랐다. 17세. ‘프로야구선수’라는 말이 뭔가 어색한 나이. 아직은 많은 것이 낯설고 새로울 때다.


그래서인지 이재용은 질문마다 수줍은 듯 짧은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프로야구선수들의 훈련을 경험한 소감을 묻자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선배 선수들과의 실력 차를 느꼈다면서도, 프로야구선수의 공을 직접 받아 본 소감을 이야기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눈을 반짝였다.


NC 다이노스 가족이 되신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가을 마무리 훈련은 잘 치르셨나요?

네,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프로의 훈련을 경험해 보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힘들기도 했는데, (웃음) 형들 하는 걸 보고 열심히 따라했습니다. 고등학교 선수와 프로 선수는 힘 차이도 있고, 실력에도 차이가 있어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로라서 그런지 더 체계적이었고 기술 면에서도 보다 구체적인 것 같아요.


투수들과도 호흡을 맞춰 봤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공도 받아 보셨나요?

네, (장)현식이 형이랑, (구)창모 형요. 그렇게 많지는 않았네요. (웃음)


느낌이 어땠나요?

볼 끝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고등학생 때 받았던 거와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스피드도 다르고.


입단 동기 투수들과도 호흡을 맞춰 봤겠네요.

네. 입단 동기 투수들 공은 다 받아본 것 같아요.


그 중에서 인상적인 선수를 꼽는다면요?

마무리 훈련 동안 (김)진호 공이 되게 좋았습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고졸 동기들이 많이 뽑혔습니다. 그동안 서로 친해졌을 것 같은데요?

네, 그럼요. 타운홀 미팅 때, 장기자랑 연습도 같이 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TV로 응원하던 팀의 일원이 되다

이재용에게 NC 다이노스 지명은 그야말로 ‘믿겨지지 않는’ 일이었다. TV로만 보던 선수들과 직접 한 팀에서 뛰게 된 것이다. 심지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다이노스 팬이었음을 고백한 이재용. 하지만 프로야구는 동경의 무대임과 동시에, 치열한 경쟁의 장이다. 이재용 본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신인 드래프트 당시로 돌아가볼게요. NC 다이노스 스카우트 님이 이재용 선수 이름을 불렀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믿겨지지 않았어요. 그냥, 되게 좋았던 거 같아요.


지명되고 나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나요?

NC 다이노스에 고등학교 선배님(문석종)이 있거든요. 석종이 형 얼굴이 바로 떠올랐어요. (웃음)


이번 드래프트를 돌아보면, 전반적으로 포수들이 많이 지명됐습니다. 일종의 경쟁의식 같은 것도 느꼈을 법 한데요.

네. (웃음) 우리 팀 1라운드 지명도 (신)진호 형이잖아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웃음)


드래프트 전까지 NC 다이노스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요?

제가 원래 NC 팬이었거든요. 중학교 3학년때부터 팬이었습니다.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웃음) 진짭니까?

진짜예요. (웃음) 친구랑 같이 구단 페이스북도 ‘좋아요’하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NC 다이노스로 했었어요. 야구를 너무 재밌게 해서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지금껏 팬으로서 보다가 이번에 직접 운동하면서 느낌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TV로만 보던 선수들과 직접 같이 운동하니까 더 긴장되죠. 하지만 그만큼 더 재밌기도 했어요.



친구 따라 시작했던 야구

우연이라면 우연일까.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이재용이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친구의 권유’였다. 동네야구에서 리틀야구, 그리고 중학, 고교야구를 거쳐 프로야구 지명까지 이뤄냈으니 ‘친구 한 번 잘 뒀다’고 해도 손색없을 것 같다. 우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된 계기도 그랬다.


옛날 얘기로 넘어가볼까요. 언제부터 야구를 시작하셨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 권유로 리틀야구를 하게 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던 건가요?

네. 안경현 해설위원님 아들이 저랑 친구예요.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까 동네야구를 같이 했거든요. 그러다 그 친구가 같이 야구하자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포수 마스크를 쓰신 건 언제부터인가요?

6학년 때부터입니다.


일찍 시작하신 거네요.

그때 포수를 봤던 친구가 전학을 갔거든요. 다들 돌아가면서 한 번씩 하다가 감독님이 저한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그렇게 포수 마스크를 쓴 이후, 고등학교에서는 3년 간 주전 포수로 활약했습니다. 힘들진 않았나요?

일단 투수가 모자랐던 부분은 좀 힘들었어요. 팀에 부원 자체가 적었거든요. 경기할 때 마운드를 이끌어갈 인원이 부족했어요. (웃음) 


그래도 좋았던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경기를 많이 나가니까 그만큼 경험이 쌓이잖아요. 그 점이 되게 좋았어요.



공격형 포수? 일단은 수비부터!

이재용은 고등학교 3년 내내 주전으로 안방을 지키면서 동시에 4번 타자를 맡을 정도로, 뛰어난 공격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공격형 포수에게 ‘타격’에 대해 질문하자, ‘수비’에 대한 답변이 돌아왔다.


4번 타자로도 활약하며 장타력을 갖춘 공격형 포수로 잠재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타자로서의 장점을 스스로 꼽아본다면요?

포수를 하다 보니까 타석에서 공이 더 잘 보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수싸움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됐고요. 하지만 변화구 대처는 앞으로 많이 보완해야 할 것 같아요. 


이재용 선수처럼 타격 재능이 있는 포수들은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포지션을 바꾸기도 합니다.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아뇨. 포수는 공격보다 수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비 쪽에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포수 마스크에 대한 애착이 강하신 것 같은데요. 수비 면에서도 장점을 꼽는다면요?

공 던지는 거요. (웃음) 그런데 제가 몸이 뻣뻣하거든요. 유연성이나 블로킹 등 포수로서의 기본기는 앞으로 많이 보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포수는 투수들과의 호흡에도 신경을 써야 하잖아요. 

네, 중요하죠. 그래서 투수가 최대한 편하게 던질 수 있게끔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NC 다이노스 투수 중에서 공을 받아 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창모 형 공을 한 번 잡아보고 싶었거든요. (웃음) 그런데 이번 마무리 훈련 때 받아 봤어요.


어떠셨어요?

(공이) 되게 좋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하이라이트를 다 챙겨봤는데, 진짜 공이 좋았어요. 그때부터 한 번 잡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받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라운드의 지휘관을 꿈꾸며

포수 마스크에 대한 애착을 보인 이재용.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좋은 포수’란 어떤 포수일까? 잘 치는 포수, 아니면 잘 막는 포수?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다치지 않는 것.’ 한 경기가 아닌, 시즌 전체를 꾸려가고픈 넓은 시야가 느껴졌다.


좋은 포수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무엇보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뛰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프로에 와서 느끼게 된 건데, 그런 면에서 김태군 선수가 좋은 포수의 모습에 제일 가까운 것 같아요. 몸 관리를 굉장히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배우고 싶은 것도, 본받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이재용 선수가 생각하는 포수의 매력은요?

그라운드 전체를 보면서 수비수 8명을 지휘하는 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넓은 시야로 야구를 볼 수 있잖아요.


존경하거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야구선수가 있습니까?

예전부터 박경완 선수를 존경했습니다. 지금은 감독님이라 불러야 하나요? 투수들을 많이 다독여 주시는 부분이 좋아 보였어요.


고교 마지막 경기를 가슴에 품고


지금까지 야구를 오래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요?

(한참 생각하더니) 고등학교 마지막 경기요. 제가 고등학교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마지막 경기잖아요.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마지막 경기다 보니까,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이제 아마추어 야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각오가 궁금합니다.

약점을 빨리 보완하고 싶습니다. 유연성이나, 블로킹 등 수비 쪽으로요.


야구선수로서의 꿈이 있다면요?

골든글러브를 한 번 받아보고 싶어요. (웃음)


NC 다이노스 팬 분들께도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주시고, 많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마지막 추억을 품고, 이제 이재용은 프로야구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다. 골든글러브를 한 번쯤 타보고 싶다는 소년 같은 포부와,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프로의 마인드와 함께. 그렇게, 소년은 어른이 되어 간다. 프로의 세계에서.